경성크리처
암울한 시대의 비피린내 나는 감옥, 옹성병원
이 시리즈의 배경이 된 1945년 봄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꺼내고 싶지 않은 역사책의 한 챕터이다.
1945년 8월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을 앞둔 가장 혹독한 봄. 일본은 자국의 과학과 의료기술 발전을 위해 식민지 국민들을 잔혹한 실험 대상으로 이용한다. 2차대전의 패색이 짙어짐을 인지한 그들은 무리한 실험을 강행하고, 그 욕망 끝에, 강력한 힘을 가진 끔찍한 괴생물체가 탄생하게 된다. 그 괴생물체는 너무도 강력해서 일본인들조차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고, 순식간에 옹성 병원 내 모든 인물들을 위협하게 된다. 이를 알지 못한 주인공들은 나름의 이유로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 철저하게 통제된 옹성 병원으로 침입하여 일본군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괴생물체와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시리즈는 역사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은 물론 모두 가공한 인물이며, 내 눈엔 뻔해보이지만 여러 장치들을 이용하여 극의 흐름을 이어간다. 옹성 병원은 사람을 고쳐야 하는 병원임에도 식민시대의 어두웠던 우리의 과거를 상징하듯 음산하고, 암울한 장소이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추악하고 경악스러운 일들은 아마도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시대의 비극이지 않았을까... 걱정되는 것은 시대적 아픔을 그냥 가볍게 볼 수 있는 호러물에 투영시켜 단순한 볼거리로 지나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적 사건 때문에 어떠한 부분에선 강력하게 일본이라는 나라에 반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그 시대를 잊지 말자. 영웅들을 기억하자. 대부분 그런 의미의 작품들이었다. 파트 2까지 봐야겠지만 감독이 어떠한 의미를 지닌 결말로 이 작품을 마무리하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인연과 악연, 그 강렬하고 강력한 운명과 업보
주인공 장태상은 귀한 물건들을 취급하는 금옥당이라는 전당포를 운영하는 경성의 손꼽히는 조선인 부자이다. 또한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경성 제1의 정보통이다. 그래서 고위 일본인, 조선인들과 친목이 있으며 그로 인해 이시카와 경무관의 애첩인 기생 명자를 찾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여주인공 윤채옥은 아빠와 함께 사라진 엄마를 찾는데 10년을 헤맨 인물이다. 장태상과 엮여 옹성 병원으로 침입하게 되는 무리에 속하게 되며, 그 안에서 악연과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더욱 극심한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 극 초반의 박서준(장태상)은 좀 어설프기도 코믹하기도 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가게 되며, 점차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강인해지며 진정성을 드러낸다. 윤채옥을 연기한 한소희는 특유의 마스크에 기인한 카리스마와 애절함으로 부족한 연출력과 시나리오로 시청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을 돌려놓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두 주인공들의 서사에 파트 1, 7편까지 보기에 성공했다. 초반엔 보기 힘든 여러 요소들을 이겨내야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어설픈 괴물 cg에 집착하기보다는 주인공들의 서사에 집중을 하게 되어 파트 1 시청을 끝낼 수가 있었다.
진중한 시대적배경 그리고, 미흡한 CG와 서사
엄청 기대하고 기다렸다.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와 좀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름 값있는 감독...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가. 광이라고 말할 정도로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고 시간을 투자하여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내 눈의 디폴트 값이 컸던 탓일까. 초반 3편까지는 집중력과 몰입감 파괴로 자꾸 떨어지는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봐야만 했다. 물론 예상대로 화려한 미술, 시각적 배경은 충분히 만족할만했지만, 뻔한 스토리와 700억으로 만든 한국 작품이라곤 생각이 안 드는 어설픈 CG의 괴생물체와 연출력에선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 1을 본 입장에서 파트 2를 봐야 하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결말과 앞으로 아마도 정체를 드러내게 될 새로운 괴생물체가 상징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고 이 시리즈가 흔하디흔한 호러물로 끝나게 될 것인지 무엇인가 가슴에 한방을 남겨주게 될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추구하는 여러 의미로의 작품성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을 이용하면서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게 단지 흥미 위주의 로맨스를 겸비한 호러물인지...
그럴듯하긴 하다. 실제로 있었다고 고증이 되는 끔찍한 실험들, 핍박받고 반발했던 시대적 배경. 그 배경을 상징하는듯한 끔찍하고 거대한 괴생물체. 그리고 결국엔 이겨낼 그 모든 상황들에서의... 해방. 가슴 아픈 사랑들... 가슴 아팠을 사람들... 이별...
감독이 원한 것이 그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통합적인 감정이라면 누구에겐 통할 것이고, 누구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작품의 호불호와 평점이 갈리는 이유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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